[독후감] 두려움 없는 조직

두려움 없는 조직: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임에도 여전히 구성원들의 두려움을 이용하려는 리더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책입니다. 회의가 길어질까봐 말을 삼켰거나, 동료가 상처 받을까봐 솔직한 의견을 전달하지 못한 기억이 있는 분들께도 이 책을 추천합니다.

[독후감] 두려움 없는 조직
Image by Mohamed Hassan from Pixabay

스타트업에 다닐 때 너무 힘들다고 지인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어요. 그 후 지인이 제가 다니던 회사에 놀러오면서 이 책을 선물해주었습니다.

두려움 없는 조직
하버드 경영대학원 종신교수이자 세계적인 경영학 구루 에이미 에드먼슨이 25년 연구 끝에 집대성한 책 『두려움 없는 조직』은 리더와 팀을 위한 가장 실용적인 경영 지침서로, 지식과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심리…

책을 주면서 그러더군요. 제게 두려움이 많아 보인다고. 이 책 읽고, 대표에게도 이 책을 권해보라고. (하지만 저는 책을 다 읽기도 전에 그 회사를 그만두었답니다.)

팀워크가 좋을 수록 과실이 더 많이 발생했다

책은 서문부터 강렬합니다. 저자는 팀워크가 좋은 팀일수록 과실이 적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해요. 그런데 사례를 모으고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팀워크와 과실 사이에 상관관계가 이상했습니다. 팀워크가 좋을수록 과실이 더 많았던 거죠.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하던 저자는 ‘혹시 팀워크가 나쁘면 과실을 드러내기 어려운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기꺼이 보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각 팀에 전달했죠. 결과는 역시나였습니다. 팀워크가 좋고 분위기가 개방적이어야만 실수를 보고하고 논의하는 일이 활발하게 일어난 거죠.

저자는 이 부분에서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개인만의 힘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던 시대를 벗어나 팀워크가 발휘되어야만 하는 요즘 시대에, 심리적 안정감이 조직의 성과와 직결된다고 해요.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어떻게 조직 내에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할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보자고 합니다.

두려움이 없다(=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했다)는 것

심리적 안정감이 확보된 조직에서는

  • 회의 때 자신의 우려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 동료들의 의견을 솔직하게 평가하며
  • 대세에 반하는 의견을 내놓을 때도 거침이 없고
  •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에 당당하게 피드백을 요청하고
  • 프로젝트 일정을 넘겼을 때도 솔직하게 인정

한다고 해요. 즉, 위와 같이 행동하더라도 조직 내 자신의 인간관계가 망가지지 않을 뿐아니라 근무 환경도 안전(=고용 안정)하다는 걸 믿을 수 있다는 거죠.

심리적 안정감과 친절함은 다르다

안정감이라는 말에서 제가 받은 느낌은 친절과 다정함이었는데, 이 책에서는 오히려 동료 사이에 싫은 말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의견이 충돌하더라도 개개인이 심리적으로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고요.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하지만 서로 예의를 갖추고 상대를 존중한다면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바로 옆 팀에 이런 분위기가 굉장히 잘 형성돼 있어서, 많이 배우고 있기도 해요.)

누구나 할 말은 하는 분위기는 개인의 성격적인 특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히려 이는 조직 전반에 흐르는 기류, 즉 심리적 안정감에 달려있다. ... (즉 외향적인 사람도 두려움이 만연한 조직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두려움 없는 조직⟫ 140쪽

저는 제 의견 내기를 굉장히 조심스러워하는 편이어서, 제가 말하지 못하는 이유를 제 성격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바로 위에 인용한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는 더이상 제 성격을 탓하지 않기로 했어요. (두려움 넘치는 분위기를 조장했던 회사의 경험과 거기서 아무말도 못했던 외향적인 동료들의 모습도 떠올랐고요.) 그리고 좀더 용기를 내서 제 의견을 표현하기로 결심했어요. (그래서 수백 명이 참여하는 전체 회의에서 용기를 내본 적이 있는데, 저지르고 보니 의외로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더라고요.)

다양한 사례

1977년 테네리페섬에서 발생한 항공기 충돌 사고는 심리적 안정감이 없는 조직의 위험성을 보여줍니다. 기장은 부기장의 의견을 묵살했고, 부기장은 기장의 지시가 위험함을 알면서도 더이상 반박하지 않았어요. 그 결과 58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실력으로만 치자면 항공사 내에서 선임 교관이었고 안전 부문 수석 책임자였던 기장이었는데 말이죠.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심리적 안정감이 없었던 사례라고 합니다. 사고가 발생하기 몇 년 전부터 사고 발생 가능성을 제시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무시당했고요. 사고 조사 보고서의 첫머리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 문화에 뿌리 깊이 박힌 관습에 있다. 이는 곧 무조건적인 복종 문화와 권위에 대항하지 않는 태도, 일률적인 프로그램만 고수하려는 방식, 그리고 집단주의와 편협성에서 기인한다.

⟪두려움 없는 조직⟫ 151쪽

이렇게 심리적 안정감이 낮은 조직에서는 항상 침묵이 나타납니다.

‘어떻게’가 아쉽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책은 다양한 부정 사례와 긍정 사례를 보여주면서 조직 내에 심리적 안정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득합니다. 두려움에 떨어봤던 저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읽을 수 있었죠. 다만 심리적 안정감을 조직 내에 구축하려면 뭘 해야 하는지가 조금 부족했습니다.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는 세 가지 실천 방안을 소개하는데요.

  1. 토대 만들기: 구성원 간 조직에 대한 기대치와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서, 업무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짜고 업무의 목적을 강조하라고 합니다. 이를테면 의료 현장에서 (개인의) ‘실수’ 대신 (시스템의) ‘실패’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항상 시스템을 개선하게 만드는 식으로요.
  2. 참여 유도하기: 개인의 목소리(의견)가 중시된다는 점을 확신시키기 위해서, 각자 겸손함을 보여야 하고, 질문하고 잘 듣는 문화를 만들며, 회의/토론에 더 많은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나 절차를 도입하라고 합니다. 반대 의견을 장려하는 식으로 말이죠.
  3. 생산적으로 반응하기: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구성원들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그 가치를 인정하고, 실패를 낙인 찍지 말고 개선 기회로 여기라고 해요. 단, (도전에 대한 실패가 아닌) 규범을 벗어난 행동은 엄격히 제재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세 가지 실천 방안을 의료 현장을 예시로 설명하는데,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행동 방침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그런데 사실 이렇게 원칙만 강조하고 행동 지침이나 활동 등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도 알 것 같긴 합니다. 저부터도 행동 지침과 활동만 따라하려고 하지, 원칙에 담긴 정신은 잊기 십상이거든요. 어떻게 행동할지는 이제부터 스스로 고민해야 합니다. 저도 제가 속한 조직에서 (팀원과 동료들의) 두려움을 없앨 방법, 조직 내에 심리적 안정감을 심을 기회를 계속 노리려고 합니다.

변화는 창업자나 대표만 주도할 수 있는 걸까?

책에서 소개하는 긍정 변화 사례들은 모두 창업자나 대표가 마음을 굳게 먹고 추진한 경우였습니다. 이 부분도 아쉬웠어요. 우리 대다수는 창업자나 대표이기보다는 조직 내 중간 리더 혹은 조직 구성원이니까요.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사례는 없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는 얼마 전 읽은 다정한 조직이 살아남는다에서도 비슷하게 느낀 점이예요.)

결론

우리나라도 아직 호통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이 책의 내용이 많이 와닿았습니다. 화를 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더 빨리 더 많이 움직이던 산업 혁명 시대는 한참 지났답니다. 두려움은 창의성을 독려할 수 없습니다.

앞에서 아쉬운 점을 조금 언급했지만, 이 외에는 딱히 단점이 없습니다. 저자의 주장은 명료하고 근거도 적절하고요. 번역도 좋아서 글이 술술 읽힙니다.

게다가 어지간해서는 침묵하려는 제 성향이 조직 문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콕 집어주었기에, 제 태도를 바꾸겠다는 동기를 준 책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을 소개해봅니다.

트위터에 올렸더니 다른 분들도 많이 공감해주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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